김재환의 ‘유통 이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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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 슬리먼 |
매일 생겨나는 수많은 뉴스가 있지만 최근 시장에 큰 놀라움을 줄 만한 뉴스는 바로 에디 슬리먼이 7년간의 셀린느 하우스와의 계약을 끝내고 떠난다는 소식이다. 그는 2018년 셀린느를 훌륭하게 이끌던 피비 파일로의 뒤를 이어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고, 상업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많은 사람들이 에디 슬리먼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아마 디올 옴므였을 것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울러 그는 패션업에 종사하는 누구나 인정하는 남성 패션의 아이콘이다. 디올 옴므에서 마른 모델에게 스키니진과 블랙 타이를 입히며 남성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록 음악과 서브 컬처까지 결합해 만들어 낸 고급스러운 패션은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지금껏 회자되는 패션 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에디 슬리먼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두꺼운 몸통을 가진 나와 같은 남자들은 그가 디올 옴므를 통해서 유행시킨 이른바 ‘어좁이(어깨가 좁아 보이는) 패션’을 추구하고 싶지만, 결코 소화할 수가 없다. 당연히 그는 호불호가 명확한, 예쁘게 다시 표현하자면 확실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디자이너였고, 그로 인해서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는 패션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유명세에 비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는 2012~2017년 몸담았던 생로랑 시절부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며, 드디어 셀린느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완성 시켰다. 사실 디올 옴므, 생로랑, 셀린느를 거치며 위에서 말했던 에디 스타일의 코어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지만, 셀린느에 이르러서 지금과 같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은 에디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선보였던 슬림핏 실루엣이 오버핏이 주도하던 패션계에서 신선함을 가져온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트 패션을 가미한 슬림하고 날카로운 디자인은 누구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에디만의 미학을 대변하며 오버핏이 주류로 자리잡은 시장에서 패션의 다채로움을 경험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오버핏을 지향하는 수많은 발렌시아가의 아류작이 나왔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의 셀린느가 왜 지금과 같은 성공이 가능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셀린느가 브랜드의 가치를 그 어떤 브랜드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시킨 에디 슬리먼과의 동행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내부적인 사실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셀린느와 에디 슬리먼의 성공적인 만남을 지켜보고 응원하던 패션에 관심인 많은 1인으로써의 개인적인 추측은 모 브랜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스트리트 감성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여 ‘럭셔리한 스트릿 패션’ 일까, ‘스트릿한 럭셔리 패션’일까를 고민하게 만든 모 브랜드가 디자이너 교체 시기를 놓쳐 고생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직도 매출 호조가 지속적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를 교체하는 시기나 새롭게 수장으로 부임한 디자이너가 조용한 럭셔리를 대표하는 브랜드 랄프 로렌의 커리어를 가진 디자이너라는 것도 나의 추측을 뒷받침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에디 슬리먼은 어디서 그의 커리어를 이어 갈까?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소문으로 떠돌던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와의 만남이 정말 기대된다. 스트리트 패션을 럭셔리에 접목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지만, 그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명의 천재와 오랜 역사와 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진 역사적인 패션하우스가 만나면 각각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너무 기대된다.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미켈레의 발렌티노와 에디의 OO을 비교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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