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용의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최근 그중에 가장 체감적으로 나에게 다가온 것은 AI를 적용한 패션이 실제 업무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영위해온 패션이라는 직업적 특성은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 ‘영감’이라는 것을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서브컬처 즉 영화, 전시, 여행, 독서 등 다양한 것들을 눈에 담고 몸에 흡수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의 패션은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타일을 제안하며, 더 나아가 심지어 옷을 디자인까지 한다.
즉, AI는 단순히 참고하고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패션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크리에이터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난 디자이너 모임에서 꽤 많은 디자이너들이 AI를 업무에 실사용하면서 실제로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그래픽 개발이나 디자인 기획을 챗지피티를 통해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변화가 패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듯하다.
첫째로는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인데 기존엔 ‘경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한 디자이너의 업무 전개가 더 비중이 크지 않을까 싶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매우 유용한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그 결과만을 맹목적으로 따르면 패션의 본질을 충족하는데 한계가 생길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들이 기존에 비해 노력과 시간, 비용을 덜 들여 쉽게 정보를 얻고, 샘플 제작 없이 시뮬레이션만으로 디자인 테스트가 가능해진 것은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큰 장점임에 틀림이 없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 역시 각자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옷을 추천받을 수 있다.
패션도 이제 ‘영감’이 아닌 ‘데이터’로 접근하는 시대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창작의 본질까지 기술에게 맡길 수 있을까. 패션이 단순한 상품이 아닌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라면, AI는 과연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기술이 편리함을 주는 만큼,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직관과 감성은 더욱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결국 앞으로의 패션은 ‘인간과 AI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일상의 수많은 것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전개하는 것, 공식보다 손맛으로 만들어지는 테일러링과 디테일,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고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좋은 결과들을 마주하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로 채워진 패션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움이 더해가는 요즈음이다.
물론 변화는 피할 수 없고, 기술은 앞으로 더 깊숙이 우리 삶에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만의 감각과 이야기를 잃지 않는 패션이 계속되길, 나는 여전히 바라고 또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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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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