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길의 ‘알쏭달쏭 IP 세상’
“샤넬의 더블 C 로고에서 C의 크기를 살짝 다르게 하고, 기울여 표현하면서 쇠사슬이 감싸고 있는 형태로 펜던트를 만들어 목걸이와 반지에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에르메스 로고의 글자체와 색상은 그대로 쓰면서 상단의 도형을 약간 변형하고, ‘HERMES’ 자리에 제 상표를 쓰고, 하단의 ‘PARIS’는 ‘SEOUL’로 표현해도 괜찮을까요?”
필자가 변리사 업무를 하면서 문의를 받았던 내용이다. 이처럼 유명한 다른 회사의 브랜드, 로고, 패턴을 변형해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패션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문제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 분쟁으로 번져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경우들도 있었다.
대중들의 눈에는 이런 시도는 주로 패러디로 보인다. 기발하거나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상표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여러 법률 위반 가능성이 존재한다. 패러디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브랜드의 인지도, 어떻게 변형하여 사용하였는지, 사용된 맥락이 어떠한 지,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의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사안마다 허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국내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루이비통과 더페이스샵의 소송이다. 더페이스샵은 2016년 미국 브랜드 ‘My Other Bag’과 협업해 출시한 화장품(쿠션 제품) 포장에 루이비통의 모노그램과 유사한 무늬를 사용했다. LV 로고를 ‘MOB’(My Other Bag의 약어)로 바꾸고 다른 도형들도 일부 변형했으며, 상단에는 ‘My Other Bag’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에 루이비통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사용 중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¹은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이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저명한 상표임을 인정하고, 더페이스샵의 디자인이 매우 유사해 소비자들이 두 브랜드가 협업한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판매 중지와 7천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더페이스샵은 ‘My Other Bag’ 문구는 ‘이 천 가방이 아닌 다른 가방은 명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명품 소비를 비판하고, 합리적 소비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동일한 디자인이 패러디로 인정된 사례도 제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는 이 문구가 미국에서처럼 특유의 논평적 의미를 전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패러디 주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명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활용한 비슷한 사례로, 국내 브랜드 플레이노모어가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유사한 핸드백 형상에 눈알 로고를 그려 판매한 사안이 있다. 대법원²은 이미 널리 알려진 버킨백의 상품 형태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의 패러디보다는 상표권자나 오랜 기간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권리자를 보호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패러디가 허용되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는 뜻이다.
법원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분쟁에 휘말리면 시간과 비용, 이미지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창작의 모티베이션으로 유명 브랜드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거의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스스로도 ‘조금 많이 가져 왔다’는 생각이 든다면, 제품 출시 전 법률 검토를 거치는 것이 좋다. IP에 대한 인식이 더욱 고양되고 있는 요즘은 더더욱 분쟁을 예방하는 유비무환의 태도가 창작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 1.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217847 판결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의 소]
- 2. 서울고등법원 2019. 6. 20. 선고 2018나2069579 판결[부정경쟁행위금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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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길 특허법인 로율 대표 변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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