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거리의 캐롤송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연말이 체감된다. 올 한해 스타트업/벤처업의 큰 이슈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창업가의 미션, 사명에 대한 생각이었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수백 수천 건의 피치덱(pitch deck-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을 검토해 본 경험으로는, 소위 시장과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점과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제안하는 창업가는 무수히 많다.
이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피치덱으로는 투자자와의 대면 미팅을 잡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시장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나 불편한 점들(pain points)을 잘 해결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최종목적이 되어야 할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훌륭한 관찰자’이다. 그러기에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은 수요(Unmet Needs)나 생활 속의 불편한 점들(Pain Points)을 캐치해 내고 그 해결책을 자신이 창업한 기업의 서비스나 기술로 제시해 낸다. 이 지점이 잘 들어맞으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하고, 매출을 성장시키고 소위 ‘숫자’를 보여주는 스타트업/벤처기업으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이정도 레벨까지 스타트업을 올리는 것도 지난하고 어려운 확률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일단 도달하게 되면 적어도 ‘장사’에서 ‘사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업모델(Business Model, BM)이 작동하게 되며, 시장에서 시리즈B 이후의 투자라운드를 받을 수 있게 되며, 소위 상장(Listing)이 현실적으로 멀지 않은 목표가 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창업자는 스타트업의 창업자에서 상장기업의 오너(최대주주)가 되고, 투자자들은 성공적인 회수(exit)를 완성하게 된다. 그럼 여기가 끝인가. 천만에 말씀이다.
회사가 상장기업이 되었다는 것은 대중(public)이 거래하는 시장의 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장한 스타트업/벤처기업의 가치 상승의 수확은 창업자와 기관투자가들(VC) 그리고 아주 소수의 개인주주들이 가져가게 되지만, 상장 후에는 창업자보다 대중(Public)이 기업가치의 성장을 가져가는 주체가 된다.
그러면 대중의 부(public wealth)를 창출하기 위해 상장기업이 된 스타트업/벤처기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한 목표는 무엇일까. 불편함과 미충족 수요의 충족은 대부분 해소되어 이미 해당 기업은 그 시장의 과점적인 존재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나는 상장에 성공한 스타트업/벤처기업에게 필요한 이후의 목표설정은 사명(mission)이라고 생각한다. 미충족 수요나 불편한 점들에서 ‘사명’으로 목표가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상장 이후 기업은 공공재적인 성격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배달의 민족’ 수수료 논란이나 ‘쿠팡’의 보안 사고, 그에 대한 사후대처 등을 보며 분노하는 것은 이들이 성장 후 외국 기업에 피인수되어 외국기업이 되고(배달의 민족), 미국기업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쿠팡)는 이유만으로, 공공재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은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거의 모든 회사 수익을 우리나라 시장에서 뽑아내면서, 정작 우리나라 시장 참여자들과 소비자들이 아닌, 오너인 외국기업이나 미국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종(從)이지 주(主)가 아니다. 근원적이자 주된 원인은 ‘사명’을 상실한 기업문화에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수익만을 쫓으며 ‘더더더’를 외쳐 온 스타트업/벤처기업의 문화를 근원적으로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쿠팡과 같은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한해를 갈무리하며 ‘논어’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시대의 큰 흐름인 명(命)을 알지 못한다면 어찌 군자(君子)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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