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억] 각자무치(角者無齒)

발행 2025년 08월 1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동억의 ‘마켓 인사이드’

 

사슴은 뿔은 있지만 날카로운 이는 없다

 

예측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기후변화, 복잡하게 얽힌 국제 정세, 가속화되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 불안정한 주식시장과 정치 상황.

 

소비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소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고, 들려오는 건 대부분 불안한 예측뿐이다. 이런 시기 브랜드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요즘 같은 때라면 성장보다 먼저 언급해야 할 단어는 ‘생존’이 아닐까.

 

매거진이나 비즈니스 스쿨에서 소개되는 브랜드 성공 사례를 보면 늘 몇 가지 공통된 키워드가 등장한다. 명확한 차별점, 탁월한 타이밍,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브랜드에도 쇼비즈니스처럼 극적인 전환점은 존재한다. 그것이 철저히 설계된 결과든, 운이 따라준 것이든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그런 키워드들은 종종 성공 사례를 단순화하기 위한 모델에 불과하며, 현실의 브랜드 비즈니스는 훨씬 복잡하다. 아이디어 두어 개로 천억, 2천억 규모의 브랜드가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유통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다 보면, 철학처럼 단단하고 메시지가 또렷한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각자무치(角者無齒)’. 뿔이 있는 짐승은 이가 없다는 말이다. 브랜드든 사람이든, 날카로운 개성과 존재감을 가진 이른바 스타 브랜드에는 그만큼 뚜렷한 단점도 따르기 마련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고, 불꽃은 화려할수록 짧다.

 

반대로 이가 있는 동물은 뿔이 없듯, 다소 유연하고 실용적인 브랜드가 잘 나가는 시기도 있다. 철학이 뚜렷한 브랜드가 주목 받을 때가 있고, 유연하게 트렌드를 흡수하는 브랜드가 돋보이는 시기도 있다. 서로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브랜드마다 각자의 운명과 타이밍이 있는 법이다.

 

어느 정도 성장한 브랜드에는 분명 뚜렷한 한두 가지 이상의 강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내가 속한 브랜드나 다른 브랜드의 단점에만 집중하며 에너지를 소모하곤 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강점을 얼마나 냉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구현하느냐이다. 그걸 탁월하게 해내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결국 필요한 것은 메타인지다. 우리는 어떤 브랜드인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어떤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고,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경기 침체로 단기적인 매출 압박이 거세지만, 잠시 멈춰 서서 냉정히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모든 것을 가진 브랜드는 없고,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없다. 상호 배타적인 요소들을 인정하고 과감히 덜어낸 뒤, 남은 것들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정돈해야 한다. 그래야 말이 힘을 갖고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타이밍은 찾아온다. 물론 그 타이밍을 거머쥐려면 우선은 살아남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브랜드만이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다. 브랜드의 승부는 결국 스스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김동억 다이나핏 커뮤니케이션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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