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의 ‘패션 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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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부터) 뉴진스와 아일릿 / 사진=하이브 |
기자회견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었다. 진실은 당장 알 수 없고, 정의의 여신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놀랐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행위 예술적인 기자회견 퍼포먼스도 가능하구나. 민희진이 입고 나온 패션은 덩달아 완판 퍼레이드.
BTS로 시가총액 정상에 등극한 하이브가 요즘 뉴스를 지배하고 있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태풍의 눈이자 많은 직장인들의 경외(?) 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경영권 탈취 시도, 업무상 배임 등을 이유로 민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다는 시나리오만 공개되어있다. 이 와중에 민희진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하이브 산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고 역공에 나섰다. 하이브 vs 민희진 사태를 지켜보면서 적잖은 패션인들은 콘셉 또는 패션 표절에 대한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빌리프랩이라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에서 내놓은 아일릿의 티저 공개 직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라는 대중의 반응을 근거로 민희진은 자신의 자식과도 같다는 뉴진스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민희진은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면서, 특히 콘셉이나 패션의 표절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아일릿은 ‘민희진 스타일’, ‘뉴진스의 아류’, ‘하이브의 자기복제’로 평가되어야 하는가.
하이브가 민희진까지 영입해오면서 공들여 키운 뉴진스를 하이브 스스로 해치는 걸까. 공교롭게 하이브의 리더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의 프로듀서로 참여했기에 뉴진스의 표절 문제는 그리 작지 않다. 주주총회 분쟁과는 그 질적 내용이 다르다.
하이브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급하게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손쉽게 카피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패션계에서도 자주 나오는 얘기다. "쉽게 다른 팀을 따라 해서 잘 되면 재주 없는 팀들은 더 좌절에 빠진다. 같은 류를 따라서 제작한다면 모두 뉴진스가 될 것이다. 이건 장기적으로 모든 팀, 업계에 안 좋은 일이며 망가뜨리는 일이다"라는 민희진의 설명은 패션계에 이미 만연한 카피 풍조를 적나라하게 꼬집는 듯 하다. 급박한 시간에 쫓기고 눈앞 돈에 휘둘리고, 창조적 넘사벽에 막히고,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상황은 아이돌이나 패션이나 다 똑같은가 보다.
물론 아이돌의 경우, 부분적인 패션, 분위기 또는 안무, 사진만을 두고 K-Pop 콘텐츠를 표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패션은 트렌드의 산물이다. 따라서, 당시 유행하는 감성과 메인 트렌드를 따를 수 밖에 없는 패션의 경우에는 표절 논란이 더 억울할 수도 있다. 패션디자인의 표절에 대해 명맹백백한 판정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 패션의 숙명 때문인지도 모른다.
법원, 중재원과 같은 공적 기관의 해석 이전에 시장의 판단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표절로 낙인 찍히는 대중 형벌이 훨씬 더 무서운 것이다.
결국 아이돌이든 패션이든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것 자체를 치욕으로 여겨야 한다. 그 어떤 표절 시비에 걸리지 않도록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유행을 따른다면 더더욱 디테일을 꼼꼼이 챙겨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뉴진스를 누가 얼마만큼 베꼈는지 판단하는 것은 대중의 몫이고, 중요하지 않다. 민희진의 진짜 목적이 경영권 탈취인지는 법원이 가릴 일이다. 뉴진스에 대한 카피가 정말 그의 분노의 이유였는지도 때가 되면 가려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실하고 진실한 크리에이터들이 화나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개저씨 마인드를 몰아내는 날이 바로 패션계가 새로운 청바지를 입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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