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의 ‘패션法 이야기’
 |
|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V2을 착용한 카니예 웨스트 |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연예인은 패션과 궤를 같이 한다. 힙합 아티스트로 전 세계를 정복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패션 아이콘이다. 8월 말 내한공연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온 그는 패션 사업자를 웃게도, 울리기도 한다. 카니예는 2013년부터 아디다스와 협업해 스니커즈 브랜드 이지(Yeezy)로 폭발적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카니예의 유대인 차별 발언으로 2020년 파트너쉽이 종료됐고, 그 이후는 다들 아는 바와 같다. 소송과 상호 비방이 끊이지 않는다. 카니예와 아디다스 사이에 기나긴 ‘사랑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디다스의 이지 시리즈는 아디다스 전체 매출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다. 하지만 카니예의 유대인 혐오 발언으로 인하여 밀월관계는 중단될 수 밖에 없었고, 아디다스는 카니예의 흔적 지우기에 들어갔다. 광고판, 홈페이지, 제품 로고 등 모든 이미지를 지우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지 순삭 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카니예와 손절한 이후에도 아디다스는 무려 1조 원이 넘는 재고 부담에 허덕였고, 두 당사자는 이별 후에도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묘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양 당사자는 사업상, 법률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하여 고심 끝에 이지 제품 상당 부분의 재판매에 동의한 것이다.
카니예는 그 스스로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하고 있다. 반유대주의 발언이 미치는 파장을 모르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카니예와 카니예의 사업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그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웨스트는 "Jewish People(유대인에 대한 죽음의 콘)"에 대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이것이 비상 상황 '데프콘'으로 추측되었고, 이 게시물로 인하여 트위터로부터 8개월간 게시 중단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웨스트는 다른 인터뷰에서 "유대인 지하 미디어 마피아"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팟캐스트 방송에서 "유대인들이 흑인의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MeToo-ing the Jewish culture(유대인 문화에 대한 미투)"라고 말했다. 심지어 카니예는 파리의 패션쇼에 등장할 때 'White Lives Matter' 티셔츠를 노출시키면서 반유대주의를 계속 자극했다.
미국 뿐 아니라, 중동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도 유대주의 관련 발언은 무척 조심스럽다. 그러나 카니예는 "나는 반유대주의적인 말을 할 수 있고, 아디다스는 나를 떨어뜨릴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결국 아디다스는 "반유대주의와 다른 종류의 혐오 발언을 용납하지 않으며, 협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이지' 라인의 미판매 재고 약 13억 달러치를 처음에는 모두 폐기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그러기에는 재고량과 영업손실이 너무 컸다. 이지의 재판매는 궁여지책이었고, 두 당사자의 불편한 동거는 이어지고 있다.
인종차별 이슈는 거의 없지만, 우리 패션계에서도 비슷한 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통하여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을 잘 이끌다가도 마약, 음주운전, 학폭 등의 사고가 터지면, 브랜드는 즉각 광고모델 계약을 해지하면서 그 뒷수습에 매달려야 한다. 오랜 기간 브랜드와 연예인이 손잡고 쌓아놓은 이미지를 뒤엎는 심정이 안타깝지만, 수십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서로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도 얄궂다. 사랑과 전쟁이다.
시대를 이끄는 셀럽은 트렌드 첨단을 걷는 패션계에 구세주와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공공의 적으로 패션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선택은 소비자에 달렸지만 위험은 패션의 몫이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