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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다스'(왼쪽), '톰브라운'(오른쪽) |
이재경의 ‘패션법 이야기’
선 넘는 소송, 이른바 줄무늬 분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스포츠 용품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아디다스의 집요한 ‘줄’ 사랑은 갈수록 더 집요해지고 있다.
톰 브라운이 아디다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각인된 '3선' 줄무늬가 자신들의 ‘4선’ 줄무늬의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2021년 문제를 제기한 이후, 아디다스는 선 넘는 소송에 대해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톰 브라운의 태초 디자인은 3선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디다스가 3선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톰 브라운은 4선으로 갈아탄다. 아디다스는 당시 4선에 대해서도 디자인 침해를 주장할 수 있었지만, 당시 막 등장한 톰 브라운의 존재를 다소 우습게 알고 4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톰 브라운은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고, 2018년 제냐 그룹이 인수한 이후에는 스포츠 등 캐주얼 시장까지도 노크하면서 아디다스와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뒤늦게 시작한 3선 4선 소송이지만, 아디다스는 명운을 걸고 톰 브라운의 4선을 마지노선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미국에서 내려진 판결은 톰 브라운의 완벽한 승리였고, 아디다스는 주춤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항소는 물론,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아디다스는 톰 브라운과의 전면전을 불사하는 중이다.
아직까지 아디다스의 소송 성적은 극도로 나쁘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 법원에서도 톰 브라운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톰 브라운의 4선 디자인이 아디다스의 3선 디자인과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 봤다.
톰 브라운 4선이 아디다스 3선보다 크기 및 간격이 크고, 소매에서도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양 디자인이 확연하게 구분된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나아가, 톰 브라운과 아디다스의 주요 고객층이 다르다, 고급품 시장의 톰 브라운과 대중 스포츠용품의 아디다스는 소비자층이 구분되므로 서로 헷갈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톰 브라운은 100만 원에 가까운 여성용 레깅스를 판매하지만, 아디다스는 불과 10만원 대의 레깅스를 판매하고 있으므로 시장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등의 이유가 붙었다.
아디다스의 줄무늬 집착은 톰 브라운만 상대하지 아니한다. 미국의 폴로 랄프 로렌,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산드로와 이자벨마랑, 두 줄 무늬를 내세운 독일 업체 ‘피트니스월드’, 벨기에의 슈브랜딩유럽과도 수년간 선 넘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 혼동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아디다스의 청구가 기각 당했지만, 스케쳐스와의 줄무늬 소송에서는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스케쳐스의 ‘오닉스’가 아디다스의 ‘스탠 스미스’를 복제했다는 이유로 판매 중지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아디다스의 오래된 상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디다스는 2000년대부터 100건에 가까운 소송을 제기한 소송왕이다. 아디다스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널리 각인시키고,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위해 승패를 떠나 끊임없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소송을 위한 소송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3선 무늬에 대한 권리를 독점, 남용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늘도 내일도 아디다스는 자신의 정체성, 존재감을 지키기 위하여 ‘선’ 넘는 소송을 ‘도’ 넘게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제는 톰 브라운이 선제 반격에 나섰다. 런던 법원에 3선 디자인의 무효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디다스의 3선 독점이 패션의 창의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며 톰 브라운이 공격 모드에 돌입했다. 누가 선을 넘고 누가 선을 지키는가. 3선이냐 4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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