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의 ‘패션法 이야기’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우리에게 꽤 친숙한 영화, 드라마 제목들이다. 패션계에서는 리콜, 리필이 아니라 리폼 때문에 시끄럽다.
리폼(Reform). ‘개혁하다’라는 거창한 뜻도 있지만, ‘고치다’, ‘수선하다’라는 간단하고 소박한 의미가 더 강하다. 미국식 영어로는 ‘repair’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패션 분야에서는 리폼이라는 용어가 더 대중적으로 사용되며, 가방 등 패션제품에 변형을 가하는 일련의 개량 행위를 일컫고 있다.
패션 수선업이 우리의 관심사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명품 가격의 폭등으로 인하여 명품을 새로 구입하는 대신 증고 명품을 알뜰하게 활용하려는 절약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리폼은 제품에 대한 단순한 리폼이 아니라 현명한 소비, 알뜰한 소비자 경제, 나아가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리폼 시장, 재활용 경제에 철퇴가 내려졌다. 고객의 의뢰를 받아 기존의 명품 가방을 수선하여 만든 리폼 제품이 기존 명품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리폼=불법’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할 수는 없다. 중고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가 제품의 재활용을 위하여 수선업자에게 제품의 수선을 요청했다 하더라도 가방의 크기나 모양, 형태 등이 리폼 전의 상태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변경되고, 리폼 제품이라는 점을 표시하지 않았다면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리폼업자를 범법자로 몰아가는 리폼 해프닝에는 역시나 루이비통이 등장한다. 특허법원에서 직접 심리할 정도로 이 사안은 중대하게 다루어졌다. 루이비통 말레띠에가 리폼업자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금지 1심에서도 법원은 이미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리폼업자는 항소했지먄, 법원은 “루이비통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리폼업자는 2017~2021년 고객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일정한 대가를 받고 원단, 금속부품 등 원자재를 이용하여 그 개수와 크기, 모양, 형태 등이 다른 가방과 지갑을 제작했다. 고객으로부터 전달받은 중고 가방을 분해하여 원단을 재단하고, 그 원단을 이용해 새로운 모양의 가방을 제작하거나 지갑을 만들었고, 리폼 제품 1개당 10만 원에서 70만 원의 제작비를 받았다.
재판부는 “리폼 후 제품의 외부 원단에 루이비통 상표들이 표시되도록 하여 상표법상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했고, 이를 리폼 주문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상표법상 ‘상품의 인도‘ 행위를 했다“며 “가공업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루이비통 상표들이 표시된 제품을 리폼 후 주문자들에게 인도함으로써 직접 이 사건 상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라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화학적 처리 등 루이비통의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의 준수 없이 루이비통이 만든 것으로 오인하거나, 루이비통 품질을 오인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리폼의 취지, 역할을 전면 부인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리폼업자의 항변에도 귀기울여 보자. 그는 “리폼 전 제품 소유자의 의뢰를 받아 리폼하는 것이 상표권 침해라면, 리폼 능력이 없는 소비자가 리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했다. 리폼의 정도에 따라 위법 여부가 달라진다는 법원의 결론은 결과적으로 명품 브랜드의 입장과 동일한 셈이다.
환경을 위하여 IT, 패션에 수리권(Right to repair) 입법이 확산되고 있다. 사랑도 리콜이 되고, 리필이 되는데, 명품 사랑은 리폼이 되지 않는다니. 이 판결부터 리폼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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