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발란 사태, 부실 플랫폼 수난사는 계속된다

발행 2025년 05월 1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法 이야기’

 

발란

 

요즘 산불을 보는 줄 알았다. 이 산 저 산 옮겨붙는 산불 사태를 연상시키는 플랫폼의 연쇄 부실 사태가 심히 우려스럽다.

 

2024년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부도에 이어 온라인 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이 수백억원 대 판매 대금 정산에 백기 투항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제 살 깎아 먹기 경쟁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온라인 플랫폼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 모두를 그렇게도 괴롭혔던 코로나 팬더믹은 비대면 소비 시대의 개막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성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냈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비대면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급증한 명품 소비를 기반으로 명품 플랫폼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을 금세 점령하는 듯했다.

 

머스트잇·트렌비와 함께 발란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몸집을 키웠다. 평소 명품 구경도 못하던 일반인들도 코로나 시대에는 이러한 찬란한 마케팅 덕분에 명품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었다. 발란은 김혜수 등을 앞세운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통하여 2023년 약 3200억 원까지 기업가치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발란의 찬란한 모습은 금세 반란, 자중지란의 길을 걷게 되었다. 플랫폼 인지도를 위하여 투자금으로써 과도한 마케팅을 감행했지만, 그에 걸맞는 매출액은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

 

이어, 온라인 명품 구매를 방해하는 역풍까지 불어왔다. 발란을 일으켜 세웠던 코로나 시절이 지나가고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리자 온라인 명품 구매는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프라인보다 낮은 가격과 박리다매를 내세우며 명품 판매를 늘려왔지만, 내수 침체와 함께 투자금 유치만으로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2015년 설립된 이래 발란은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2023년 말 기준 이미 자본총계가 –77억3,000만 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다. 2023년 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비롯하여 매년 적자가 누적되었지만, 마케팅으로 그 적자를 감쪽같이 감춘 셈이다. 발란의 유동자산은 56억2,000만 원, 유동부채는 138억1,000만 원으로 유동비율이 40.7%, 유동성 위험 속에 겨우 지탱해 왔다. 자산보다 부채가 2배가 넘는 기형적인 구조를 애써 외면하고 톱스타 마케팅으로 호기를 부렸던 것이다.

 

유동비율이 낮을수록 유동성 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다. 소비자들도 입점 업체들도 지금껏 발란의 기세등등한 마케팅에 폭삭 속아버렸다.

 

발란 측은 인수합병(M&A)으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함으로써 정산 및 자본 잠식을 해결할 계획을 밝혔지만, 티메프 사태에서 똑똑히 목격했듯이 그 회생 가능성은 무척 희박하다. 판매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업자들만 또다시 애꿎은 피해자가 되었다.

 

뒤늦게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투자자 실리콘투는 발란과 150억 원의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1/2인 75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는 불 보듯 뻔하게 바로 손실로 이어졌다. 경쟁업체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부랴부랴 판매자를 대상으로 정산 주기를 단축하면서 개선에 나섰지만 명품 플랫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발란이 2023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던 시점부터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연이은 추락은 ​온라인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케팅을 통한 단기적 성장만으로 사람들을 폭삭 속이는 전략은 언젠가 철퇴를 맞는다.

 

건전한 수익 구조와 위험 관리는 뒷전으로 한 채 호객에 몰두했던 발란은 이제 이판사판 난장판의 한 복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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