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재고 의류 소각과 블랙워싱 그 민낯을 본다

발행 2025년 11월 1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법 이야기’

 

쓰레기장

 

‘환경’이라는 이슈는 늘 패션 곁에 있었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패션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과정에는 그만큼 패션의 자정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대중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패션은 환경 앞에 바짝 엎드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속임으로 잠시 엎드리는 척만 하다가는 오히려 소비자의 싸늘한 시선과 매서운 질타만이 뒤따를 뿐이다.

 

빈폴·갤럭시 등 브랜드로 유명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24년에만 129t의 재고 의류를 소각했다고 한다. 매년 재고 소각을 늘려오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한섬, LF 등 패션 대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의 화려한 가면 뒤에서 재고 의류를 소각하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그린워싱’을 자행한 흔적이 보인다. 국정감사 관련 자료에 의하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삼성물산은 연평균 106.7t, 한섬은 41.6t, LF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년 동안 연평균 45t을 소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은 2024년에 직전 2년 평균인 95.5t보다 1.4배 많은 129t을 소각했고, LF는 2025 상반기에만 30t, 한섬은 2025 상반기 10.5t을 불태웠다. 1t의 부피를 상상해 본다면 얼마나 많은 분량이 불태워진 것인지.

 

소각 행위는 단순한 불장난이 아니다.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소각 행위는 당국의 허가와 관리 하에서 이루어진다. 소각 행위가 그만큼 탄소배출 등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재고 의류의 소각도 탄소 배출, 다이옥신, 퓨란 같은 독성 화학 물질 뿐 아니라 미세먼지까지 배출시키므로 여지없이 대기오염을 유발시킨다. 쓰레기 방치가 환경 오염으로 이어지지만, 쓰레기 소각은 대기오염으로 이어지므로 훨씬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 대기업들이 브랜드의 이미지 관리를 위하여 매년 엄청난 소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자사의 고가 재고품을 저렴하게 할인 매장에 내보내거나 불우이웃에 기부하는 방법을 피하고 있다. 개당 100만 원 넘는 고가품을 포함하여 각 브랜드 별로 무려 시가 30억 원이 넘는 분량이 푸른 하늘을 잿빛으로 더럽히고 있다. 비단 우리 패션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외국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 환경 양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2018년 세계적인 명품 버버리가 자기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낸 코트 2만 벌의 의류와 액세서리 등 총 422억 원 어치를 하늘의 재로 날려 보내서 전 세계 환경단체와 소비자의 원성을 자아낸 바 있었다.

 

환경 보호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환경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패션에서 그린 워싱의 또 다른 형태가 등장한 셈이다. 2020년 삼성물산은 환경 서약을 하면서 ‘빈폴이라 쓰고 친환경이라 읽는다’라는 홍보 문구까지 대대적으로 내세웠기에 이번의 소각 소동은 단순히 소극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소각의 검은 연기가 자욱한 그린워싱, 이른바 ‘블랙워싱’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생산량 조절 및 재고 관리 체제 혁신 없이 블랙워싱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도 유럽이 2026년부터 시행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을 도입해야 한다. 재고 의류 폐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생산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류 재고 폐기 금지법이 폐기된 이후, 22대 국회에서도 동일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걸려있다. 환경부는 올해 6월 민관 합동으로 의류 환경협의체를 결성하였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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