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AI패션

발행 2025년 12월 2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法 이야기’

 

 

알파고, 쳇봇을 한가롭게 논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마치 고도의 훈련을 받은 숙련공처럼 21세기 패션을 좌지우지한다. AI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패션 명품이 지니는 엄청난 가치는 장인정신에서 출발한다. 대량 생산을 배제하고 사람의 촘촘한 수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기법을 고수함으로써 상류층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그만큼 패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해 왔다. 반면, 공장형 패스트 패션은 일반 대중을 겨냥하는 만큼 테크놀로지 도입에 훨씬 더 개방적이다. 그래서 생성형AI는 이미 시장 조사, 트렌드 설정 등 각종 영역에서 패스트패션에 쉽게 스며들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 흐름에는 다소 보수적이던 명품 업계부터 달라졌다. 굵직굵직한 패션위크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AI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런웨이 무대 디자인은 인간의 손과 발을 벗어나 AI의 명령에 넘어갔다.

 

사진을 올린 후 옷을 선택하면 가상 착용 샷을 보여주는 AI 서비스는 과거 3D프린팅으로 조잡하게 보여주던 수준을 벗어나 완벽한 실사 이미지 연출 단계까지 올랐다. 톱 모델들을 일일이 섭외하여 밤샘 촬영하고 포토샵하면서 룩북을 만들던 모습은 그저 과거의 그림자일 뿐이다. 모델 얼굴 이미지를 일단 AI의 틀에 담으면, 일일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지 않고도 무궁무진한 디자인과 수천수만가지 포즈의 이미지가 자유자재로 만들어진다. 나아가 이 세상에 없는 AI 기반 가상 모델까지 보그 잡지에 등장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톱 모델마저 이제 밥그릇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데, AI는 2~3년에 한번씩 패션 세상을 바꾼다.

 

개별 브랜드의 AI 끌어안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AI 디자이너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턴과 컬렉션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명품 골리앗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빅데이터 기반 AI 스타트업과의 콜라보를 통하여 패션계 친위 쿠테타를 구현하고 있다. AI 기업 카후나는 온라인 익명 방문객의 클릭·스크롤 패턴과 접속 지역 등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기술로 LVMH의 장기집권 체계를 공고히 만들고 있다. ‘발렌티노’도 AI 물결을 그저 바라만 보지 않았다. 대중적 브랜드 반스와 함께 AI로 제작한 단편 영화를 출시하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전통만 자랑하고 인공적 터치를 영영 멀리할 것만 같았던 ‘랄프 로렌’도 AI 스타일리스트가 마련한 깔맞춤으로 패피들의 시선을 휘어잡고 있다. MS와 공동 개발한 AI 챗봇 서비스 ‘애스크 랄프(Ask Ralph)’는 딥러닝을 통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스타일리스트로 등극했다. 무려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랄프로렌 컬렉션을 학습한 AI가 퍼스널 패션 쇼퍼처럼 TPO를 최적화하는 패션 아이템을 개인화 기반으로 추천해 주고 있다. 더 이상 살아 숨쉬는 인간 스타일리스트는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발붙일 자리가 없다고 한껏 비웃듯이.

 

패션 AI시장이 2025년 29억 달러(약 4조 원)에서 2035년 894억 달러(약 125조원)로 급증할 예정이다. AI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 해도 사람 체취가 사라진 패션은 위험하고 공허하다. 결국 사람이 입고 쓰고 신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첨단을 걷는 패션이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고 보수적인 건 아닐까. 2026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인간을 위한 AI패션이 어떻게 펼쳐지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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