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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 투자 혹한기를 견디는 두 가지 기준

발행 2024년 03월 3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10년 전 출자했던 투자법인의 청산 및 배당 결정을 위한 주주총회가 최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메일에 첨부된 포트폴리오 파일을 보게 되었다. 기업 하나하나 대표자를 모두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성적표를 받아보며, 투자자 그리고 경영자로서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10년 전이면 미국과 유럽에서 흥행하는 사업모델을 한국에 들여와 창업하는 것이 굉장히 유행했던 시기였다. 유학파 코파운더들이 뭉쳐서 산업별 플랫폼을 만들면 결국 돈이 되고, 자본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 훌륭한 수익률의 EXIT가 가능하다는 논리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흔했다. 그러다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 비슷한 경쟁자 몇 곳이 생기고,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서로 경쟁하다 보니 투자금이 계속 필요했고, 체리피커 사용자들 때문에 수익은커녕 큰 손실만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번에 청산하는 투자법인도 결국 실리콘밸리 출신들이 만든 곳이다 보니 한국시장보다는 글로벌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지만 한국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사업체가 글로벌로 갈 수 있는 확률은 너무나 낮았다. 몇몇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산업 내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상장 또는 M&A까지 진행되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폐업 또는 법인만 존재하는 형태임에도 순자산에 마지막 투자의 밸류로 평가되고 있었다.

 

투자자도 여러 가지 투자 기준과 전략이 있겠지만 10년 넘게 투자해오면서 만들어진 필자의 기준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먼저 잘 모르는 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단순히 출자자(LP)로서 투자에 자본만을 보태주는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필자가 관여하거나 의미 있는 큰 금액을 투자하지 않는다.

 

관심 있고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도 그 창업자가 계획하는 사업모델을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되거나 초기 투자자로서 자본 외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잘못된 투자자는 잘 모르면서 투자자라는 이유로 계약서 들먹이며 훈수를 두거나 중요한 경영 판단에 관여하려는 사람이다. 많은 창업자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영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원칙처럼 잘 모르는 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혹시라도 잘 모르는 산업에 출자자(LP)로 참여했다면 절대 관여하지 않고 잘 되기를 기도한다.

 

두 번째는 사업 모델의 단계별 수익성이 확보되는지 확인한다. 나중에 사용자가 많아지면 큰 수익이 난다는 것은 믿지 않는다. 작게라도 가게를 차리는 것에 투자했다면 이익을 내야 하고, 그 이익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은 당연히 투자를 받기 전에 명확한 계획이 잡혀 있어야 한다.

 

일단 투자를 받고 다음 투자를 위한 데이터 만들기를 하는 창업자들을 워낙 많이 봐오다 보니 이런 기준이 명확해졌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지켜보니 수많은 투자처가 있음에도 어떤 산업과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맞을지 선택하기가 조금은 쉬워졌다.

 

이번에 투자한 코너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은 일본 후쿠오카의 커피 명소로 알려진 ‘NO COFFEE(노커피)’의 한국 운영사다. 소프트코너라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의 창업자는 약 5년간 미술품 컬렉팅을 진행하며 일본 서브컬쳐와 스트릿 아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키워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접근했지만 커피가 아닌 그 뒤의 큰 의미를 공감하는 경우는 드물어 그동안 한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진정성에 결국 ‘노커피’를 런칭할 수 있었다.

 

이미 후쿠오카 본점에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다녀가다 보니 마케팅은 효율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유명 일본 작가의 전시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전시까지 연속 진행하며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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