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상장된 기업뿐만 아니라 외부감사를 받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매년 4월 중순이면 대부분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가 공개된다. 객관적인 잣대를 통해 회계와 평가를 한 자료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한 해 동안 어떻게 해왔는지를 보기에 감사보고서 보다 좋은 것은 없다.
기업들에 대한 여러 분석가들의 해석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람의 의견이 들어가는 부분이 많을수록 객관성은 떨어지기에 필자는 관심 있는 기업들은 감사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다.
그것이 산업 내 경쟁자 일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투자를 했거나 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업일 수도 있기에 자신의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금융권에서 투자자로 역할을 하던 시기에는 이런 데이터를 기준으로 회사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산업 내에 들어와서 보니 의외로 이미 경쟁사 또는 관심 있는 회사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포함하는 감사보고서가 다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와전되고,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주변의 이야기들에 더 관심 있어 하는 것 같다.
물론 1년에 한 번 또는 분기에 한 번 나오는 자료들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과 기업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몇 년 치의 데이터를 보면 앞으로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최근 대형 제조사와 유통사 내에 투자 담당 부서에서 한국 뷰티 기업들의 성장세에 관심이 많고, 투자 집행을 위한 전략을 여러 방면에서 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어있는 회사들은 이미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가 있고, 직접 경영을 하고 있는 경영진들보다 방향성과 실적 전망 등 투자 지표가 될 만한 포인트는 더 정확히 짚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필자에게 투자전략과 성장 전망에 대해 세미나 또는 투자 자문을 요청한 목적은 산업 내에서 이제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 또는 모두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카테고리 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 발굴을 위함이었을 것이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브랜드 사의 경우는 매출 인식 기준과 마케팅 비용의 지출구조,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품에 대한 계약 내용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규모와 인지도를 중심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아 실수를 하기도 하고, 인지도가 높아 보여 접근했다가 예상보다 규모가 너무 작거나, 손익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투자 또는 인수 검토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뷰티 산업 뿐만 아니라 어떤 산업에서도 스타트업의 자료는 일정 기준 이상으로 성장하기 전에는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투자를 받은 경우 또는 투자유치를 진행 중인 기업이라면 비교적 좋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그 자료는 독립적인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기에 신뢰도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회사의 현황과 앞으로의 성장 비전을 확인하는 정도로는 충분하다.
필자는 고객사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투자사 네트워크를 통해 자료를 얻고, KISLINE과 같은 신용평가사 서비스를 이용해서 팔로우업 하고 있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고 평가해야만 치명적인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전해 듣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경영 또는 투자 판단을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객관적인 재무데이터와 각종 지표들을 찾는 것에 더 집중하고, 정리해서 자신만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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