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데 미국 대선 이후에는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들린다.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에게 과거에 비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자의 주변만 봐도 매출이 다시 급격히 늘다 보니 결제대금이 밀려서 어려움을 겪거나, 반대로 매출이 줄어 고정비를 감당 못 하는 경우, 추가적인 본사업 부스팅을 위해 마케팅비를 투자받으려고 하는 경우 등 참으로 다양한 자금 유치 수요가 있는 것 같다. 잘되면 잘 되어서, 안 되면 너무 안 되어서 돈이 부족한 양쪽 모두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잘 되기 때문인 경우도, 안 되기 때문인 경우도 대표들이 자금을 아쉬워하며 똑같이 하는 말들이 있다. “투자가 많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그 전략을 계속 밀어붙이지 말고, 다음을 위해 빠르게 포기 했어야 했는데…” 두 가지다.
사업이 급성장하는 시기 많은 금액을 비교적 쉽게 투자받고, 더 멋진 브랜딩을 하겠다며 작은 디테일에까지 큰 자금을 투자했던 서울 핵심 지역의 플래그십스토어, 스타트업이지만 기획력이 뛰어나니 마케팅에 자금을 아끼지 않고 투입했는데, 막상 유통을 위한 인허가에 필요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기업 등 경우도 참 다양하다.
쉽게 번 돈은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모르게 쉽게 나가버린다는 말이 투자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런데 첫 번째 투자금을 회사 성장에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두 번째 투자금을 받을 기회가 생기는 법인데, 이마저도 증명하지 못해 다음 기회를 얻지 못하는 회사들이 많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국 언제나 자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은 소중한 투자금을 ‘모 아니면 도’ 하는 식으로 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현재와 같은 투자 혹한기에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물론 큰 리스크를 감안하고, 모험자금의 성격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생존을 위한 플랜B가 없다면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너무 잔인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필자는 투자를 결정하게 되면, 창업자가 계획한 사업 모델이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통해 단단하게 진화하며 생존하고, 수익모델이 만들어져 결국 엑싯을 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단단한 사업구조로의 진화는 그 투자금으로 법인과 창업자가 생존에 성공해 내야만 가능하다. 투자금이 바닥나서 바로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은 복권을 샀다가 당첨이 안 되면 휴지통에 던져 버리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
절묘하게, 네트워크와 절실함으로 다음 투자를 받아 생존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투자금에 대한 마인드 셋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돈으로 매번 복권을 사듯, 그냥 운명에 사업을 맡기는 일이 반복될 뿐이다.
칼럼에서도 자주 언급했지만 사업을 하는 법인은 생물과 같아서 계속해서 진화하지 않으면 결국 생존하지 못한다. 관성이 존재하여 처음 방향을 잘 못 잡으면 안 되는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그 방향을 바꾸는 데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들어간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스스로 매출과 이익을 내기 전까지는 시간마저도 돈과 같다 여겨야 한다. 투자금을 정말 계획적으로 사용해 실패 시에는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플랜B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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