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교의 ‘진짜 이커머스 이해하기’
많은 D2C 브랜드가 챗봇을 도입했다.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인건비를 줄이며, 24시간 고객과 연결되는 이상적인 창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의 챗봇은 대화의 연속성이 없고, 고객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복된 질문, 동문서답, 형식적인 응대는 오히려 고객을 멀어지게 만든다. “사람처럼”이 아니라 “사람보다 못한” 대화를 경험한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실망을 품고 떠난다.
이러한 한계는 곧 CX(Customer Experience), 즉 고객 경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CX는 제품 그 자체보다 브랜드와 고객이 어떻게 연결되고 기억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경쟁 요소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대면 접촉이 없는 대신 챗봇과 같은 터치포인트가 고객 경험의 처음이자 전부가 될 수 있다.
따러서 이제 챗봇은 단순한 FAQ 자동응답 도구가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학습해 ‘관계’를 만들어가는 생성형 AI 챗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기억하고 이해하며, 개인화된 응대를 수행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D2C 브랜드에게 챗봇은 단순한 운영 효율화 수단을 넘어, 고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핵심 접점이 되어야 한다. 고객은 구매 이력, 장바구니, 검색 기록, 리뷰, 상담 기록 등 다양한 힌트를 남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이해·응답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많은 브랜드가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실제 챗봇 대화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를 들어보자. 고객이 “저번에 본 반팔티 다시 보고 싶어요”라고 문의했을 때, 일반 챗봇은 해당 문장의 의미조차 해석하지 못한다. 반면 생성형 AI 챗봇은 고객의 이전 행동 이력을 기반으로 해당 제품이 무엇이었는지 유추하고, 연관 상품까지 제안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단지 ‘좋은 챗봇’이 아니라, ‘나를 아는 브랜드’라는 신뢰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생성형 AI 챗봇이 브랜드의 CX 혁신을 돕고 있다.
●대화형 검색의 진화: 이제 고객은 키워드가 아닌 자연어로 질문한다. “여름 휴가에 입기 좋은 린넨 셔츠 있어요?” 같은 질문에, 챗봇은 제품 속성·재고·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과를 제안한다.
●고객 맥락 기반 추천: 고객의 최근 구매, 취소 이력, 선호 스타일 등을 반영해 상황에 맞는 답변을 제공한다. “지난주 구매한 셋업이랑 어울리는 가방 있을까요?”라는 질문도 처리할 수 있다.
●대화형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고객이 챗봇과 나눈 대화는 단순한 응대 로그가 아니라, 실시간 VOC이자 고객 인사이트의 보고다. 이를 바탕으로 상품 개선, 마케팅 전략, UI 개선까지 연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도, 브랜드의 감각 회복이다. 고객이 남긴 단서를 단순한 데이터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와 고객을 이어주는 살아있는 맥락으로 활용할 것인가. 챗봇은 이제 브랜드가 고객을 얼마나 잘 ‘듣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창구다.
생성형 AI 챗봇의 도입은 단지 기술 혁신이 아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고, 브랜드의 민감한 촉을 되찾는 일이다. 고객의 말을 기억하고, 그에 맞춰 반응하며, 브랜드의 톤을 유지한 채 관계를 쌓아가는 챗봇. 이것이 곧 D2C 브랜드의 진짜 경쟁력이다. 이제 챗봇은 제품 설명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팔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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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교 플래티어 ‘그루비’ 사업부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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