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 화려함의 이면, 패션 산업의 취약한 노동 환경

발행 2025년 09월 2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양지민의 ‘법대로 톡톡’

 

 

패션 산업은 런웨이의 화려한 조명 속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열악한 노동 현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봉제공장 노동자와 명품 브랜드 하청 업체 근로자, 그리고 이름 없는 디자이너 인턴들까지, 장시간 노동과 임금 체불, 산업재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종종 ‘프리랜서’나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법의 보호 바깥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러한 분쟁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형식보다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봉제공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노동자가 ‘개인사업자’ 명목으로 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으로 근무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이 판결로 해당 노동자는 임금과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

 

즉, 계약서에 어떤 이름이 붙어 있든 실제 종속적 관계라면 근로자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비단 패션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안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건에서는 하청 봉제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법원은 단순히 하청업체의 책임에 그치지 않고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까지 일부 인정했다. 이는 패션업계의 복잡한 하도급 구조 속에서도 원청이 노동자의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패션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내 법률 문제를 넘어 국제 노동 기준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의류·봉제업을 전 세계적으로 ‘취약 산업’으로 분류하며, 장시간 노동·아동 노동·안전사고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 이후, 글로벌 브랜드들이 공급망 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압박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한국의 패션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기업이 단순히 국내 법 준수를 넘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인권·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일명 ‘열정페이’라고 불리는 무급 인턴 논란도 법적으로 쟁점이 되어 왔다. 한 디자이너 인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는 단순 연수생이 아니라 사실상 정해진 시간 동안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에 투입된 이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임금 지급을 명령했다. 패션업계에서 흔히 반복되는 ‘무급 인턴 관행’이 위법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패션업계를 포함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까지 형사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직접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화려한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땀과 희생이 존재한다. 법률은 이미 이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고, 법원의 판단 역시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원청의 책임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패션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빛나는 겉모습 못지않게, 그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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