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 다양성을 포용하는 젠더리스 패션, ‘불쾌감’ 논란이 불쾌하다

발행 2025년 10월 30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양지민의 ‘법대로 톡톡’

 

구찌 25 SS 

 

최근 몇 년 사이 패션 광고의 세계는 젠더리스(genderless)라는 키워드로 요동치고 있다. 남성이 스커트를 입고, 여성이 수트를 입으며, 성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광고들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며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하지만, 동시에 ‘사회 통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심의 제재를 받기도 한다.

 

패션은 예술인가, 아니면 단순한 상업광고인가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윤리 기준 사이에서 법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등의 여러 쟁점이 얽혀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2020년 영국에서 논란이 된 구찌(Gucci)의 젠더리스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남성 모델이 여성복 콘셉트로 등장한 광고 영상에 대해 일부 시청자는 “불쾌감을 준다”며 광고심의위원회(ASA)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영국 심의당국은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며 제재하지 않았다. 광고는 성별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사회적 메시지로 해석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와 유사한 광고가 ‘선정성’ 혹은 ‘사회 통념 위반’으로 제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남성 모델이 여성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한 국내 브랜드의 광고는 “성적 자극을 유도한다”며 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판단되었고, 여성 모델이 남성복을 입고 신체를 강조한 장면 역시 삭제 요청을 받았다. 아무래도 한국의 경우 사회적 통념이나 분위기 자체가 영국 등 서방 국가보다는 보수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더 자주 문제가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한 선정성의 여부가 아니라, ‘불쾌감’이라는 주관적 기준이 표현의 자유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광고도 상업적 목적을 가진 표현이지만, 예술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영역에 포함된다. 하지만 동시에 ‘공공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하지 말 것’이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 개념은 심의기관이 광고를 규제하는 근거로 자주 사용되지만, ‘선량한 풍속’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누구의 기준으로, 어느 시대의 감수성으로 ‘풍속’을 판단할 것인가?

 

현재 광고 심의 규정은 “사회 통념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금지하지만, 사회 통념은 시대와 세대, 문화에 따라 빠르게 변화한다. 과거에는 금지되던 표현이 오늘날에는 다양성과 개성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결국 ‘표현의 자유’와 ‘윤리 기준’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잡을지가 법적 쟁점의 핵심이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파는 산업이 아니라, 사회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언어이다. 젠더리스 광고는 성별의 고정관념을 허물고,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기준을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금지된다면, 사회는 여전히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젠더리스 패션이 브랜드의 ‘ESG 가치’와 연결되고 있다. 포용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브랜드의 철학이 기업평가의 한 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한국의 패션 산업은 글로벌 윤리·문화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법과 제도는 표현을 억압하기보다, 표현의 맥락과 의도를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불쾌감’을 기준으로 표현을 제한하기보다, 차별과 혐오의 조장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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