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이커머스의 구조적 문제 드러낸 티메프 사태
발행 2024년 0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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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올해를 시작하면서 유통업계가 가장 염려해 온 이슈 중 하나는 본격화된 ‘내수시장의 저성장’이었다.특히 21년 이후로 급격한 속도로 내려앉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둔화는 오프라인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에게 수익성 확보에 대한 발 빠른 조치와 전략의 수정을 요구했다. 2022년 75만 회원, 누적투자 170억을 받았던 ‘오늘회’가 사라지고 ‘11번가’가 매물로 나오고 SSG닷컴과 컬리, 오아시스 등 내로라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장에 실패하며 이전까지 수익을 실현시키지 못한 이커머스 기업들을 보는 시선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와 함께 무너지는 '큐텐 연합'은 그동안 못 본척했던 우리나라 이커머스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문제가 불거진 지 고작 2주 만에 티몬·위메프가 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셧다운 되면서 셀러들과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판매·결제·환불 등 대부분의 플랫폼 기능이 멈춘 상태다. 티몬은 결제 수단이 모두 사라져 상품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위메프에는 상당수의 상품들의 판매가 중단됐다. 신용카드 결제는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간편 결제 기능도 사라졌다. 구매하기를 클릭해도 결재 화면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시중은행부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P2P) 등 금융사까지 티몬·위메프와 선정산 서비스 등 제휴를 끊으며 이들과 제휴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들이 거래를 중단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소비자 피해도 피해지만 더 큰 문제는 중소 셀러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셀러들은 수백만 원부터 수십억 원에 이르는 미정산 대금을 기다리고 있다. 길게는 두 달로 알려진 정산 주기에 맞춰 판매할 물건을 미리 사입하거나 제조해야 하는 이커머스의 구조상 셀러에게 정산 지연은 생존과 직결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자금 회수 여부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입점 셀러들의 줄도산은 물론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저하 등 부정적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최근까지도 14년의 업력을 가진 국내 중견급 이커머스 기업들이었고 한 때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불릴 만큼 전도유망했다. 하지만 티켓중심이 아닌 택배상품을 취급하고 온라인 쇼핑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쇼핑으로 재편되면서 두 회사는 순식간에 대열에서 밀렸다. ‘지역기반의 티켓’과 ‘원데이딜’로 콘셉트를 잡은 소셜커머스도 아니고 쿠팡처럼 오픈마켓과 물류기반의 풀필먼트를 지향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지대로 밀려난 것이다. 이용자들은 빠르게 이탈했고 순식간에 대규모의 적자가 누적됐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2020년께 매물로 나지만 누구도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시장 판도를 뒤집을 만한 분위기도 시장상황도 마땅한 전략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국내에는 생소한 ‘큐텐’이 나타났다. 큐텐을 이끄는 구영배 대표는 인터파크 재직 시절(2000년) G마켓을 창업하고, 2009년 미국 이베이에 이를 매각한 국내 이커머스 1세대에 속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10년 싱가포르로 건너가 창업한 회사가 큐텐이다. 그 가 10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적극적인 M&A에 나서자 시장은 그가 ‘제2의 쿠팡’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2년에 티몬을, 2023년에는 위메프를 사들였다. 인터파크 쇼핑과 AK몰까지 추가로 인수했다. 모두 적자가 큰 회사들이었다.
올 들어선 미국의 유력한 온라인 쇼핑몰 위시도 인수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큐텐 그룹 내 물류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갖춘 큐익스프레스를 연내 나스닥에 상장을 시키기 위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함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났다. 티몬·위메프 사태는 그저 사람들만 모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구시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방정식과 이익창출과 상관없이 매출만 키우면 된다는 그릇된 사업가 정신과 신규 매출로 기존 매출을 정산하는 '돌려막기'로 부실을 가리는 상도덕의 타락을 여실히 드러냈다. 거대한 사기극이 되었고 많은 피해를 남긴 ‘머지포인트’ 시즌 2가 되었다. 이번 사태는 수백억 적자를 내면서도 ‘성장 중’이라고 말하는 기형적인 이커머스 시장에 교훈이 되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정산기한도 짧아져야 한다. 플랫폼 사업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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