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
|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과 GS25가 협업해 선보인 '충주맨애플도넛슈', '애플크림떡' /사진=GS리테일 |
엔데믹 이후 고유가·고환율·고금리를 이르는 ‘3고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유통업계가 택하고 있는 전략은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업종과 업태를 허물고 프리미엄과 매스를 한 곳에 두는 것은 물론 품목을 확장해 고객들과의 접촉 영역을 늘리는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빅블러’ 현상이다.
‘빅블러(Big Blur)’는 유통업계에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중소기업과 대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제품과 서비스 간극이 융화되어 무력해지는 것을 뜻한다.
빅블러 현상의 구체적인 모습은 ‘크로스오버 마케팅’으로 구현되고 있다. 구매 행위에 재미를 포함시켜 이색적이고 뜻밖의 경험을 제공하는 크로스오버 마케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성이 강한 MZ세대들을 중심으로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은 MZ세대뿐만 아니라 이들과 심리적인 연령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영피프티(Young Fifty)에게도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이다.
이들은 불황과 저성장 시대 속에서 사회 전반에 우울감과 상실감이 커지면서 재미있는 상품을 구매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상품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다양한 신상품이 나오면서 제품을 구매할 때도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해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 재미를 담은 물건을 선호하는 경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와 생활용품 브랜드가 협업해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이거나 패션 브랜드와 식품 브랜드가 함께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유통업체가 공무원과 협업을 해서 디저트를 선보이는 등 그 사례도 다양하다.
LG유플러스는 2020년 강남 한복판에 7개 층, 420평(1388㎡)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을 오픈한 이후 지속적으로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매장들이 상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이곳은 통신 콘텐츠, 카페, 전시, 사진, 체험 등 각 층마다 고객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대상도 조미료 브랜드 ‘미원’을 활용하여 생활굿즈(양말, 버킷햇, 스웨트 셔츠, 무릎담요)를 출시한 일이 있다. IP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만족했던 식품회사가 먹는 상품이 아닌 ‘입는 상품’을 직접 선보인 것이다. 판매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에서 진행됐다. 브랜드를 낯설어 하는 MZ세대를 겨냥해 ‘미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더욱 친밀한 브랜드로서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편의점 CU는 듣는 오디오 드라마 ‘편의로운 수라간 생활’을 연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웹소설의 인기작가 놀마와 일러스트레이터 BADegg가 참여한 웹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오디오 드라마는 CU 공식 유튜브 채널로 공개됐다.
GS25는 최근 충북 충주시와 손잡고 시의 홍보대사가 된 유튜버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과 협업하여 ‘충주맨애플도넛슈’와 ‘충주맨애플크림떡’이라는 디저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8월 말에 새로 오픈한 신세계 죽전점은 1층 중앙에 있던 판매대를 없애고 책꽂이와 소파를 배치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가장 좋은 자리를 판매공간이 아닌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고객들에게 쇼핑 외에 즐거운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가족 단위의 방문 자체를 유도하여 단순한 쇼핑을 넘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이슈화와 주목성의 강화다. 이를 통해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만족도와 친밀감을 증대시켜 충성도와 매출 증가를 꾀하고 있다. 지금은 긴 호흡의 전략이 필요한 때이고, 상업성은 한 단계 내려놓을 때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