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펜데믹 이후 패션 창업 시장은 소비 트렌드, 유통 구조, 기술 활용, 가치 소비 등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마치 세상이 초기화(Reset)된 것 같이 느껴질 정도의 변화로 패션 역시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이 전환은 기존에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큰 시련을 주는 한편 새롭게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뜻밖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성장과 더불어 자본과 인력의 숫자로 대변되던 자원의 차이가 지금은 숫자가 아닌 질적 차이와 몰입도를 기반으로 한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전환의 시대는 패션 분야의 창업에도 다양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시장은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특히 모바일 중심으로 급격한 전환을 맞아 크게 출렁거리다 이제 숨을 고르고 있다. 그 사이 관련된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전환되었다. 많은 마케팅 비용 없이도 꾸준함과 아이디어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을 통해 ‘바이럴’이 가능하고, 창업과 매출은 물론 브랜드의 부흥이 이뤄지는 시대가 됐다.
반응생산(QR)을 넘어 이제 소량 생산과 온디맨드 방식의 생산은 기본이다. 많은 돈을 들여 생산을 해 둘 필요가 없고 오히려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는 세상이다. 과잉재고에 대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주문 제작이나 프리오더,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생산방식은 패션 창업 초기 자본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크리에이터형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친환경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대량 생산에서 야기되는 불편한 사실을 감출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브랜드를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소비자들도 구매자의 경험 사이클 6단계(구매, 배달, 사용, 보관, 유지보수, 폐기) 중 주로 사용 단계에서 생산성과 간편성, 편리성을 중시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사용과 보관은 물론 구매와 유지보수, 심지어 폐기 단계에서까지 재미와 의미, 환경친화성을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중성과 트렌드보다 ‘나만의 스타일과 취향’을 중시하는 오다쿠(オタク)나 긱(Geek)적인 성향의 팬덤을 자양분으로 삼는 브랜드들도 흥행하고 있다. 애니광이나 스포츠긱, 시니어, 키작녀 등 소수의 타깃을 위한 패션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글로벌 마켓으로의 확장은 모든 브랜드들에게 열린 기회가 되었다. 쇼피(Shopee), 쇼피파이(Shopify), 아마존(Amazon), 엣시(Etsy) 등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지고 편해졌다. 국내에서 기획과 제작을 해서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D2C) 판매하는 패션 창업은 별다른 규제 없이 이미 활발하다. 국경 없는 브랜드 창업이 가능해졌고, 이는 무르익은 K컬쳐와 K패션의 인기와도 연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때에도 창업가가 잊으면 안 되는 중요한 물음들이 있다.
첫째, 창업은 불규칙함의 연속이다. 과연 자신은 ‘불규칙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가?’ 불규칙을 견딜 수 없다면 창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둘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즉시 적응할 수 있는가?’ 창업은 불규칙한 것에 더해 매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화와 메일에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생활비로 얼마가 필요한지 알고 있는가?’ 한 달을 살기 위해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한지를 아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과정이다. 넷째, ‘타깃은 누구며, 누구의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가?‘ 타깃이 명확하지 않고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은 어떤 사업도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섯째, ’성과를 측정할 지표는 무엇이며 그 지표의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는가? 이외에도 ‘어떻게 회사에 수익을 스스로 창출할 것인가?’와 ‘어떻게 우리 회사를 알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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