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한국에서 도태되는 해외 브랜드들의 ‘억지춘향’

발행 2025년 09월 08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고든 램지 버거

 

과거, 패션을 포함한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외국 브랜드는 자꾸만 눈이 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특유의 아우라가 개인의 취향과 수준을 단숨에 업그레이드시켜 줄 것 같았다.

 

이를 감지한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두드렸고, 여러 카테고리에서 대성공을 이뤄냈다. 일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팬덤과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한국은 어느새 글로벌 브랜드들의 ‘테스트 베드’가 아니라 ‘브랜드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스웨덴의 사브, 이탈리아의 피아트, 네덜란드의 필립스, 일본의 파나소닉, 독일의 랩 등 많은 글로벌 강자들이 한국에서 실패했다. 세계적인 뷰티 컴퍼니인 로레알의 메이블린 뉴욕이 나갔고, 미국을 대표하는 캐주얼 갭(GAP)도 사업을 접었다. 미국의 3대 버거라 불리는 슈퍼두퍼는 지난 2월 완전히 철수했고, 세계적인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만들었다는 고든 램지 버거와 피자는 물론, ‘커피계의 애플’이라던 블루보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죽은 식빵을 살려냈다던 발뮤다는 모습을 보기 어렵고, 세대를 대표하던 강남 냉장고 SMEG나 밀레는 온라인에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이는 단순히 몇몇 브랜드의 불운이나 실수가 아니다. 여기에는 한국 시장의 변화와 한국 소비자들의 내면을 읽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이상 한국 소비자들은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변했다.

 

전에는 해외에서의 유명세를 믿고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인지도만 있다면 매장 인테리어와 메뉴를 좀 손봐서 한국에서만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소비자들의 싸늘한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경우, 그의 이름을 건 버거 레스토랑이 한국에 상륙해 버거 3만1,000원, 피자 뷔페 2만9,800원, 거기다 피클과 음료 가격표를 들이밀자, 소비자들은 이내 차갑게 돌아섰다.

 

캐나다에서 팀홀튼은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도넛을 즐기는 가성비 브랜드다. 커피 한잔을 한화 2,300원이면 마실 수 있는데, 한국에선 4,000원, 도넛은 거의 두 배의 가격표를 달았다. 브랜드의 본질인 합리적인 가격을 버리고 어설프게 낸 프리미엄 흉내에 소비자들의 냉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있다.


전에는 해외에서의 유명세를 믿고 ‘본사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만 공급할 수 있었다. 로레알 그룹의 메이블린 뉴욕의 실패는 ‘속도’ 때문이다. 한국 시장이 글리터, 쿠션, 틴트 등 새로운 제형과 컬러로 일주일이 다르게 트렌드를 갈아치우는 동안 메이블린은 본사가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 맞춰 클래식한 제품들을 더디게 출시했다. 이미 가장 핫한 색상과 기능, 디자인과 질감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제품은 새롭거나 매력적일 수 없었다.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이미지만으로 더 이상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없다. 한국인들이 누리고 있는 가치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기술력, 트렌드를 선도하는 속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갖추지 못한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왜 굳이 더 비싼 돈을 주고 이 제품을 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는 브랜드는 결국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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