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불황이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브랜드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기억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일련의 활동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브랜드 스토리텔링’이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특정한 브랜드가 왜 세상에 존재하는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도구이며 방식이다.
의류든 식품이든 대부분의 경우 처음 브랜드를 알리고자 할 때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고 사용하는 도구는 품질과 기능, 가격 등 이른바 스펙(Spec)이라고 하는 것들이다. 의류라면 원단과 디자인 얘기, 화장품이라면 성분과 함량 얘기, 식품이라면 재료와 원산지 얘기, 카페라면 원두와 가격 등과 같은 얘기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에서 전개되는 방식은 좀 다르다. 의류라면 관심과 설렘, 화장품이라면 다르게 보일 자신과 넘치는 생기, 식품이라면 마주하며 나누는 즐거움, 카페라면 휴식과 안락함 같이 정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비이성적인 것, 이른바 철학과 콘셉트라고 불릴만한 것들을 내세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이나 가치, 창업자의 생각, 고객의 경험 등을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이를 통해서 고객과 감정적으로 연결한다.
사람들은 단순한 정보나 지식이 아닌, 그 뒤에 숨겨진 감정과 스토리에 반응한다. 우리 기억에 현재 남아있는 브랜드들은 언젠가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 감정적인 연결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들은 그 브랜드들을 다른 것들보다 더 오래 기억하며 그때 연결되었던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그 브랜드를 더 생각하게 된 것이다.
광고는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만 스토리는 기억에 남는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토리 기반 콘텐츠는 단순한 사실 정보보다 22배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스탠포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이야기는 순수한 데이터보다 2배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이 브랜드는 착용감이 좋습니다”라고 하면 그저 정보지만, “이 브랜드를 처음 기획한 디자이너는 하루를 끝날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시작하면 뇌는 ‘스토리’로 인식하며 집중한다. 신경화학적으로는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영향으로 주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되고 옥시토신(Oxytocin)과 도파민(Dopamine)의 생성으로 유대감과 동질감, 갈등 해결에 따른 쾌감 등이 뇌에 자리 잡게 된다. 뇌의 피질 활동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전기적·화학적 신호전달 활동을 통해 자신과 이야기 속 상황을 동기화시키며 뉴런의 효과로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신경 활동이 활발히 진행된다.
무작정 우리 브랜드가 좋다고 알리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다. 최고의 품질이나 최상의 서비스, 최고의 피팅은 주장일 뿐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브랜드의 주장이 아니라 이야기다.
아울러 이야기를 펼쳐갈 때 주인공은 항상 사람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와 상품은 주인공을 거들 뿐,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은 디자이너든, 오너든, 고객이든, 직원이든 반드시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하며 브랜드는 그냥 그를 돕거나 그를 이르게 한 도구에서 멈춰야 한다. 기획자는 브랜드나 상품을 주인공 삼고 싶겠지만 성공한 스토리 텔링의 주인공들은 사람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단기간에 구축되지 않는 스토리 텔링은 긴 호흡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없던 브랜드 이미지가 세워지거나 바뀌지 않는다. 솔직함과 꾸준함은 스토리 텔링에서도 변함없이 통하는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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