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유통의 발전 이론 중 루이스 버클린(Louis P. Bucklin)이 주장한 아코디언 이론(Accordion Theory)이 있다. 이는 유통경로의 발전이 마치 아코디언처럼 길어졌다가 짧아지고 다시 길어지는 확대와 축소의 주기적 변동을 반복한다는 개념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유통경로가 시장 환경, 기술, 경쟁 등의 변화에 따라 직접화를 통한 단축과 간접화를 통한 확대가 반복된다고 보는 것으로 기업은 처음에는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중간상(도매상, 소매상)을 줄이고 직접 판매(단축)를 시도하지만, 유통 규모가 커지면 다시 효율성과 전문성을 위해 중간상이나 유통업체를 활용하며 확대하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제시된 변증법적 이론(Dialectical Theory)은 유통의 발전이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으로, 기존의 유통 형태(정)가 있으면, 그것과 상충하는 새로운 형태(반)가 등장하고, 시간이 지나 둘이 충돌하며 더 발전된 형태(합)로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유통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을 통해 한 단계 높은 형태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아코디언 이론은 유통의 변화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인 반면, 변증법적 이론은 유통의 변화가 갈등과 종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적은 메뉴’는 오래 기억되는 맛집들의 공통점이자, 소문에서 소문으로 이어지는 ‘맛집’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물어보면 이들도 다들 한 때 메뉴를 늘렸거나 늘리는 것을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효율을 인식한 후, 제한된 메뉴로 많은 고객들을 줄 세운다.
외식 분야 전문가들이 돈이 많지 않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에게 결단을 요청하는 것 중 하나가 메뉴를 과감하게 줄이고 하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메뉴가 많으면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뉴가 많을수록 오히려 고객은 선택에 난항을 겪는다. 돈이 많지 않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이 많은 메뉴를 처리하려고 할 때의 공통점은 공장에서 나오는 평범한 육수에 남들과 비슷한 양념으로 냉동된 재료들로 조리한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그 집만의 특징이 있을 수 없고 고객들은 그 집의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메뉴를 주력하는 곳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운영 측면에서도 적은 메뉴는 장점이 크다. 메뉴가 적으면 품질 관리가 쉽고, 조리 효율이 올라가며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진다.
사람들은 대부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 하나를 반복해서 주문한다. 다른 것이 먹고 싶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잘 하는 곳을 찾아간다. 그러니 제한된 메뉴뿐인 매장을 찾아와 우리 것을 먹는 고객들에게 집중하고 그들의 만족감을 더 끌어올리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메뉴의 개수가 아니라 메뉴의 특별함이다. 비교 불가한 그 메뉴만의 차별성과 특별함이 있으면 된다.
젠틀몬스터, 이미스, 락피쉬웨더웨어, 마르디메크르디, 어티슈 등 최근 떠오르는 브랜드들의 공통 분모로 언급된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화된 카테고리에서 단일 아이템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그 기반 위에 구축된 팬덤을 바탕으로 상품군을 확장하며 세계를 대상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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