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화의 ‘리더십 이야기’
조직에는 직급과 직책이 있다. 직책은 책임을 지는 포지션 영역이고 직급은 경력, 나이 또는 연봉과 얼라인 되어있는 그레이드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직급을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임원으로 구분하는 기업도 있고, 선임, 책임, 수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직책은 팀원, 팀장, 실장, 본부장, 부문장 등으로 구분하는데 모두 조직의 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간단하게 구분하면 직급은 경력을, 직책은 권한과 책임을 구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직급은 없고 직책만 있는 조직도 있을까? 있다. 모든 구성원들을 프로라 부르거나, 이름으로 부르고 팀장 본부장 임원 요렇게 직책만 있는 조직이 있다. 명함에도 모든 구성원들이 프로라고 동일하게 적혀있다. 필자가 있었던 조직 중에서도 직급이 없고 직책만 있는 조직이 있었다.
직급이 없다는 말은 하나의 직급으로 모두를 통일한다는 말이다. 1년 차 신입사원이건 30년 차 고참이건 부르는 호칭이 똑같다.
그럼 기업에서 직급을 축소하거나, 하나로 통일시키는 의도가 무엇일까?
직급이 없다는 얘기는 모든 구성원에게 동등한 의견을 낼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야기다.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이야기다. 신입사원의 말도, 30년 차의 말도 마찬가지의 비중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렇게 신입사원도 자신의 의견, 생각을 서슴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을 꿈꾸기 때문이다.
5년 아니 10년 전만 해도 '직급=경험과 지식'이라는 공식이 가능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지금처럼 다양하지도 않았고 외부의 지식, 스킬이 천천히 변화하던 시기였기에 조직 안에서 오래 일할수록 능숙해졌기 때문이다. 오래 일할수록 더 어려운 일들을 맡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
지식과 정보와 경험의 경계가 무너진 이 시기에 직급이 필요할까? 과장, 차장 또는 책임, 수석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무조건 정답일까? 그렇지 않다. 선배들이 모르는 지식과 경험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는 직급을 떠나 모두가 수평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조직을 추구하는 중이다. 과거 히딩크 감독이 게임을 하는 중에는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말고 모두가 이름을 부르라고 규칙을 수정한 목적도 여기에 있다. 선배의 말이 무조건 옳다는 것을 부정하고, 자신 스스로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호칭이라는 직급을 파괴해 버린 것이다.
‘사장님 말고, OO님’이라는 헤드라인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CEO조차 이름으로 부르는 문화다. 처음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때 전 직장에서 인재개발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신입사원으로 받았던 후배가 이미 리더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잠시 회의실에서 만났는데, "교관님, 제가 교관님을 부르는 호칭이 이제 종화 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려고요."라고 해줘서 이곳의 문화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님'이라고 호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얻고자 하는 것은 '수평 조직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늘려 성과를 내고 기업이 성공하기 위함'이다. 즉, 탁월한 소수의 리더가 전략을 짜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이 과거의 리더십이었다면, 최근 급변하는 환경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소수의 머리가 아닌, 다양한 직원(직급, 나이, 경험, 성, 지역 등)의 아이디어와 실행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에 직원들에게 수평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의사 소통을 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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