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화의 ‘리더십 이야기’
“당신의 회사 직원들은 팀장이 되고 싶어하나요?” 요즘 이 질문에 ‘예’라고 답변할 수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2024년 LG 경영연구원이 발행한 ‘강한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에 따르면 중간관리자의 절반 이상이 업무 부담으로 인해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으며, 구성원 사이에서는 관리자가 되기를 꺼리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몇 가지 내용을 더 추가해 보면 이렇다.
1) 임원 등 경영진과 실무진을 연결하는 중간관리자는 주로 임원급 조직 산하에서 실무팀을 이끄는 팀장 등 부서장을 뜻한다. 조직의 허리에 비유되는 이들은 현장에서 구성원 업무 몰입의 70%를 좌우하며, 부서원들의 성과와 생산성은 물론 인재 유지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2)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중간관리자, 그러나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다. 중간관리자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이들의 업무가 급격히 늘고, 커지는 부담 속에 중간관리자의 절반 이상(53%)은 번아웃(Burn out)까지 호소하고 있다.
3)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들은 업무 시간의 약 절반(49%)을 핵심 역할과 거리가 먼 단순 행정업무(법인카드 및 지출관리, 단순 승인 등) 또는 현장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실무 작업에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조직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중간관리자를 낭비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4) 또 하나의 문제는 필요한 역량을 쌓지 못한 채 책임을 맡게 되는 중간관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가 팀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구성원이 절반을 넘는다.
5) 그간 많은 조직이 중간관리자의 어려움을 성장통으로 여기며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방임적 자세를 취해온 게 사실이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 상당수의 중간관리자가 소리 없이 멍들어갔고, 이제 구성원들이 중간관리자가 되길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미래 경영진 육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중간관리자는 현재 조직 성과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미래 경영자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시대는 가장 불쌍한 직책이 팀장이고, 가장 어려운 직책이 팀장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곳이 곧 가장 중요한 곳이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리더십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 시대 가장 강력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이때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 회사는 팀장의 성장과 성공을 도와주는 사람과 시스템이 있나?’ 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팀장은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 리더’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팀원이었을 때는 팀장에게 지원을 받지만, 팀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옆에 있는 선배 팀장도 외롭게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에 내 문제를 누군가에게 오픈하기가 어려운 문화다.
A회사의 팀장과 코칭을 나누는 중에 “팀장인 네가 잘했으면 팀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꺼야”라고 말하는 임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많은 조직에 팀의 실패를 팀장에게 돌리는 임원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임원이 자신의 역할을 ‘팀장을 평가하는 사람’으로 정의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의 역할은 다양하다. 회사의 미래 성장엔진, 부서 간 협업, 외부 네트워크 연결, 조직문화 구축, 탁월한 인재 영입, 브랜딩 등등. 그런데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역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팀장의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임원은 팀장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실패를 추궁하는 사람이 아니다. 임원은 ‘팀장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이를 통해 팀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팀원들이 팀장이 되려고 노력하는 조직이 만들어진다.
임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팀장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것’이고, 임원의 가장 비겁한 행동은 ‘실패의 책임을 자신의 팔로워인 팀장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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