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화] 브레인 로트(Brain rot), 쉽게 바보가 되는 세상 (상)

발행 2025년 06월 1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백종화의 ‘리더십 이야기’

 

 

브레인 로트(Brain Rot)라는 표현은 틱톡, 유튜브 쇼츠, 밈 콘텐츠처럼 가볍고 짧은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면서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1분 이내의 짧고 강력한 영상들이 호기심을 채워주고, 또 다른 영상들이 새로운 호기심을 채워주면서, 스스로 생각하거나 판단할 필요 없이 그저 동영상이 주는 도파민에 중독되어 버린 사람들을 뜻한다.

 

1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위험한 이유는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1분 동안 웃기도 하고, 집중해서 영상을 보고 나면 새로운 주제의 영상이 다시 나에게 호기심을 채워준다. 이를 도파민 루프(Dopamine Loop)라고 하는데, 짧고 즉각적인 보상(=좋아요, 웃긴 영상, 짜릿한 정보)을 반복적으로 받는 구조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뇌는 점점 더 긴 집중, 깊은 사고를 지루해하고 피로해 하게 된다. 결론은 어떻게 될까. ‘깊은 사고는 줄고, 즉각적 보상에만 반응하는 패턴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쉽게 분노하고, 감정이 널뛰기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그런데 이 말들이 직장에서도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쇼츠와 릴스라 불리는 짧은 영상을 통한 부작용이 아니라 직장형 브레인 로트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직장에서도 우리는 생산적인 대화 없이, 무의미한 보고를 반복하고, 의미 없는 회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정, 다른 사람만 쳐다보는 팀원, 의견을 꺼내는 순간 돌아오는 미묘한 정적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점점 생각을 멈추게 된다. 아주 사소하면서도 멍청한 일들을 반복하며, 머릿속은 서서히 ‘오프(OFF)’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다.

 

조직 활동으로 돌아와 보자. 조직에서는 짧은 쇼츠와 릴스 같은 동영상은 없다. 그런데 1분 콘텐츠가 내 생각을 대신 해주듯, 조직도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상황들이 너무 많다. 조직에서의 어떤 경험들이 브레인 로트를 유발할까.

 

짧고 강렬한 영상들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 판단하거나 고민할 시간이 없다. 즉, 정보는 많지만 스스로의 사고는 없는 현상이 생기는 것인데, 직장 내 업무에서도 ‘내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해야 할 일만 주어지거나, 목적과 맥락 없이 과업이 맡겨지는 경우도 많고, 내가 결정하는 것은 없고 잘 보고하고 잘 결정만 받으면 되는 상황들이 그런 모습이다. 실행은 있지만 해석과 고민은 없는 현실, 직장에서 구성원들의 뇌를 썩게 만드는 상황은 크게 네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형식적인 회의와 대화만 반복될 때이다. 참여자가 생각하지 않고 ‘앉아 있기만’ 하는 회의가 계속되면, 스스로 말하기를 멈추고 판단력을 꺼버리게 된다.

 

두번째는 일의 목적이 설명되지 않을 때이다. ‘그냥 시키니까 한다’는 말이 일상이 되면, 책임감과 몰입은 사라지고 업무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며 생각과 뇌는 멈추게 되다. 세번째는 기준 없이 바뀌는 결정들이 쌓일 때인데, 방향성과 원칙이 불분명한 조직에서는 예측이 어려워지고, 결국 ‘고민과 시도조차 하지 않는’ 태도가 생긴다. 네번째는 아무리 말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때다. 개선 의견을 내도 무시되거나 돌아오는 게 없으면, 구성원은 침묵을 선택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네가지의 상황이 반복될 때 구성원은 ‘대리 사고 구조’를 갖게 된다. SNS에서 알고리즘이 콘텐츠를 선별해 주듯 회사에서는 시스템과 상사가 구성원 대신 생각을 해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은 우리를 ‘반응하는 존재’로 만들고, ‘의미를 고민하지 못하는 존재’로 가두어버린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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