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화의 ‘리더십 이야기’
12월은 대기업들이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경영자와 임원 인사가 발표되고, 새롭게 임명된 임원들은 축하 인사와 함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새로운 임원들을 만나는 시간, 나는 항상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승진은 보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꼭 피터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모든 조직은 구성원이 무능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
피터의 법칙은 ‘능력 없는 사람을 승진시킨다’가 아니라, 승진 이후 필요한 역량을 준비하지 않으면 누구든 무능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는 팀장을 넘어서는 순간, 자신이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
임원은 다시 신입사원이다
팀장 시절에는 내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임원이 되는 순간, 내가 가장 모르는 사람이 된다. 환경이 다르고, 기대가 다르고, 역할이 다르기 때문인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팀들을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원이 된 순간부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역할을 재정의하고, 신입사원처럼 새로운 지식과 조직/제품/고객을 학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팀장 시절 잘했던 방식은 임원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불편한 학습과 새로운 행동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다.
전문가에서 관리자로 이동하는 순간
팀장은 팀에서 가장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임원이 되는 순간 주변에는 나보다 더 잘 아는 팀장들이 많아진다. 이제는 전문 지식으로 팀장을 이길 수 없다. 직접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팀장에서 임원으로 넘어가는 순간 전문 지식으로 일하는 것은 끝났다.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의 무기는 전문성이 아니라 전략적 관점, 전문가와의 연결, 우리 회사에 없는 외부 지식 공유다.
임원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임원이 “내가 다 알아야 하고, 다 해결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조직은 멈춘다. 이제는 주변 스탭, 옆 부서 전문가, HRBP, 전략 부서, 기획 부서, 그리고 상사와 도움을 요청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자신이 어려워하는 장애물과 모르는 것을 숨기는 순간 임원이 속한 조직은 움츠러들지만 임원이 자신의 고민을 공유하는 용기가 변화의 시작이 된다.
임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외부 지식
팀장 시절 지식은 직접 일을 하면서 쌓았다. 하지만 임원이 된 순간, 직접 일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 지식은 어디서 얻어야 할까? 임원이 알아야 할 지식은 회사 밖에 있다. 임원이 스스로 지식으로 팀장을 이기려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회사에 없는 지식, 다른 업계의 관점, 외부의 성공 방정식을 가져와서 팀장과 팀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조직 변화 관리의 핵심이다.
팀장의 팀장이 되어야 한다
임원의 핵심 역할은 팀장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팀장이 성장하지 못하면 결국 임원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임원은 팀장이 성과를 만들어 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 팀장이 도전하는 분위기, 팀장이 회사와 구성원들에게 인정받는 문화, 팀장이 도움을 요청하고 질문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임원은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장이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일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넘어 조직을 본다
팀장 시절에는 소수의 탁월한 팀원과 함께 일해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임원은 다르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조직 차원의 지식, 경험, 스킬을 구조화하고 시스템화해야 한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개인 단위가 아닌 조직 단위로 성장하게 된다. 소수의 팀원들과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굴러가도록 만드는 것이 임원의 역할이 된다.
상사에게 묻는 질문이 임원의 전략이 된다
임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회사와 CEO는 임원에게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가?” 이 질문에서 임원의 리더십과 전략의 시작이 된다. 임원은 조직의 현재 결과와 미래 전략을 그리는 사람이다. 결과와 전략은 회사와 CEO의 방향성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CEO와 회사가 가지지 못한 관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팀장과 팀원에게 질문하라
임원은 외부 지식과 함께 내부 정보를 통해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그 인사이트를 통해 우리 조직이 더 성과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시간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팀장, A급 팀원, 핵심 인재에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이 말하는 정보와 관점들은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인사이트가 된다. 반대로 C급 직원에게 얻은 정보는 조직의 미래 관점을 왜곡하게 만든다.
임원은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매 순간 임원이 직접 의사 결정하면 팀장들은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다. 그 순간 조직은 수동적 조직이 된다. 임원의 역할은 팀장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가며 그들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팀장들이 평소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현재의 문제와 과업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고객의 니즈와 조직의 전략, 비전과 얼라인 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의사결정은 팀장을 성장시키는 책임과 학습이라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리더십은 일상의 행동이다
임원의 리더십은 위대한 철학이나 전략이 아니라 매일의 말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임원으로서 내가 꼭 해야 할 역할과 영향력은 무엇인지 리더십의 목표를 정하고, 행동을 계획하고, 기록하고, 피드백하고, 조금씩 더 어려운 리더십 행동으로 훈련해야 한다. 리더십도 근육처럼 단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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