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스트레스 테스트

발행 2024년 12월 2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17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세계에 엄청나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당시 금융위기의 후과에 대한 분석이 꾸준히 이루어질 만큼 현재진행형인 역사적, 경제적 사건이다.

 

절대로 망하는 일이 없을 거라 믿었던 미국 메이저 투자은행이 망하고 헐값에 팔리는 경천동지할 사건들의 결과로, 당시 우리나라 모든 은행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 및 상업은행들, 그리고 서유럽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은행들 모두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은행에 가장 불리한 여러 조건들(환경들)이 한꺼번에 도래했다는 조건(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생존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에 나는 증권사 고유계정(자기자본)을 운용하는 트레이더(소위 ‘프랍트레이더:Prop Trader’)로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그 당시 내 시각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란 ‘은행의 객관적 안정성 기준 충족 여부’라고만 이해했었다.

 

금융위기로부터 17년 이상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 스트레스 테스트란 그러한 측정 가능한 수치들의 조합이 아니라, 매우 심리적인 의미로 느껴진다. 거의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겠지만, 내가 활동하고 있는 벤처 업계 특히 초기 벤처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안 좋은 시장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혹은 그 이상을 내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창업가들과의 미팅에 할애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좋은 이야기만 듣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이러한 미팅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회피하지 않고 빠르게 대응하고, 창업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그런데, 회사가 위기에 처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창업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사실, 초기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조건은 창업자의 됨됨이다. 투자 당시에는 정말로 ‘단단한’ 창업자들에게만 투자했다고 생각하지만, 예상과 달리 ‘스트레스’ 상황에서 여섯살 아이처럼 멘탈이 나가 멍한 상태가 되는 창업자를 목격하기도 하고, 투자자보다도 더 빨리 영악스럽게 포기선언을 해버리는 창업자를 만나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 창업자분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의지를 꺾지 않고 끝까지 생존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지만, 일부 빠르게 포기하거나, 멘붕을 겪는 창업자들을 경험하게 되면, 창업자라는 사람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새기곤 한다.

 

물론 창업가이자 회사의 대표가 짊어지는 책임의 막중함을 잘 알기에 멘탈이 나가는 창업자도, 빠르게 포기하는 창업자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또 빨리 포기한다는 것이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약속인 계약서를 위반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 자체를 가지고 창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저 온전히, 잘못 판단한 투자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러한 창업자를 만나게 되면 너무너무 아쉽고 또 아쉽다. 시계 바늘을 되돌려 투자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투자자보다 빨리 포기하는 창업자에게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는 없을 테니까.

 

오늘도 스트레스 상황에 처한 한 분의 창업자를 만나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도 항상 응원한다는 격려 인사를 마무리로 사무실로 복귀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일하고 있는 벤처투자업, 그리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 진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지금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의지가 굳건하고 단단하기에 잘 극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제 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모든 창업자와 기업가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새해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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