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
| /사진=박현준 젠티움파트너스 대표 제공 |
올해 3월은 작년이 유독 스타트업, 벤처 투자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한 해였기에 더더욱 바쁘게 지나갔다.
매년 3월이면 벤처,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사들은 주주로서 투자한 회사의 한 해 실적과 새로운 한 해의 사업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인 정기주주총회에 참여한다.
투자사들은 피투자사들의 성적표를 취합해, 투자사들이 운용하는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한 해 성적표를 보고하는 ‘조합원총회’를 3월 말까지 진행해야 한다. 보고받고, 보고해야 하는 기한이 모두 3월 말에 몰려 있다 보니, 우리와 같은 투자사들은 3월 중에서도 특히 하순에 해당하는 기간에는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무리 바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 시기라 하지만, 내용이 좋은 소식들이 많으면 마음은 편하기 마련이다. 투자한 회사들이 금번에 더 높은 기업가치로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거나, 투자사 중 한 곳의 투자분을 최근에 성공적으로 매각해서 투자 원금의 몇 배 규모로 수익을 실현했다는 등의 ‘호재’들이 많으면 주주총회도, 조합원총회도 순조롭고 화기애애하게 마치게 된다.
하지만, 작년과 같이 안 좋은 소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투자 빙하기 직후 열리는 주주총회나 조합원총회의 분위기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이 긴장되고 불편하다.
매우 중요한 사안들이 안건에 상정된 주주총회들과, 당장 현금이 없어 다음 달 직원 급여도 나가기 힘들다는 창업자의 전화를 받은 후 회사를 방문해 챙겨야하는 주주총회 후 주주간담회도 많을 수밖에 없다. 좋은 소식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바쁘고 힘든 며칠을 보낸 후 주말, 일주일 내 발이 되어준 차량을 씻어내기 위해 세차장을 찾았다. 그런데 세차를 마친 후 갑작스레 휘날리는 눈보라라니. 3월 29일의 눈보라 속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글로벌 지구촌의 심각한 이상기후를 절감했다거나, 눈발에 날아간 세차비 1만 원을 아까워하기보다는, 우리 집 입구 목련 나무의 개화가 4월로 늦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파트 입구에는 오래된 목련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봄에 피어나는 목련꽃이 정말 예쁘다. 봄이면 그 앞을 오가며 언제쯤 피어날까 시기를 짐작해보곤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3월 30일,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눈보라를 만났다. “하루도 아니고 연이틀 눈보라라니… 그것도 3월 30일에…”
마음속으로 투덜거림을 늘어놓으며, 집 입구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조금 환해진 듯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목련꽃이 몽우리에서 막 꽃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것도 눈보라 한 가운데에서.
그 예쁘고 예쁜 목련꽃을 보며 생각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 오는 것이구나.
그 꽃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힘든 지금 이 상황도 결국 지나갈 것이고, 우리는 이겨 낼 것이다. 힘든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기만 하지 않고, 묵묵히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인들이 결국 경제를 살릴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면서 우리나라도 다시 우뚝 설 것이다. 마치 꽃이 피어나서 봄이 오듯이.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