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M(개발, 생산)-브랜드(기획, 마케팅)-플랫폼의 '생태계' 구축
한국산 마스크팩, 선크림, 세럼, 더마로 이어지는 히트의 역사
대기업·중국 중심의 과거, 신흥 브랜드 200개 나라로 뻗어나가
[어패럴뉴스 정지은 기자] K뷰티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산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미국, 유럽, 일본, 중동 등 닿지 않는 시장이 없을 정도로 판로가 넓어졌다.
일부 대기업 중심에서 아누아·조선미녀·바이오던스 등 인디 브랜드 중심의 신흥강자들이 대거 부상했고, 마스크팩으로 시작해 선크림, 세럼, 더마코스메틱 등 상품군도 다변화됐다.
올해 상반기 K뷰티 수출액은 70억 달러(약 10조 9,000억 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55억 달러) 대비 27.3% 증가한 규모이자,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2분기 수출액은 39억 달러로 전 분기 31억 달러 대비 25.8% 증가하며 10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K뷰티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 어느 때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탄 것은 2010년대 들어중국 관광객과 면세점 소비가 늘면서부터다. 로드숍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마스크팩 등을 필두로 한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출이 급증하며 'K뷰티'라는 이름이 글로벌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6년 중국의 사드 사태가 발발한 후 전환점을 맞는다. 중국 의존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일본·동남아·미국 등으로 시장 다변화에 나선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두 번째 전환점을 맞는다. 면세점·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가 온라인·이커머스로 빠르게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는 K뷰티가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확산되는 통로가 됐다. 이와 더불어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아누아·조선미녀·바이오던스 등 인디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했다. K뷰티의 주요 시장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해, 미국은 2025년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K뷰티의 활동 무대는 이제 미국을 넘어 유럽·중동 등으로 확대되며 지난해 기준 200개국을 넘어섰다. 제품 역시 마스크팩 중심에서 선크림·세럼·기능성 스킨케어·더마코스메틱 등 고기능성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K뷰티는 '한국에서 만든 화장품'을 넘어 SNS·인디 브랜드·ODM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뷰티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정상의 화장품 ODM
연 매출의 5% R&D에 쓴다
K뷰티의 성장 뒤에는 국내 화장품 ODM 기업의 탄탄한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대표적인 화장품 ODM 기업으로 성장했다. 양사는 2024년 나란히 연 매출 2조 원을 돌파했고, 코스맥스는 세계 화장품 ODM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인디 브랜드들의 해외 수출이 늘면서 제품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ODM 기업의 역할도 커졌다. 자체 생산시설을 두지 않고 ODM 업체에 제품 개발과 생산을 맡기는 인디 브랜드들이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문 물량뿐 아니라 개발해야 하는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양사의 생산능력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스맥스의 국내 화장품 생산능력은 2022년 6억 1,734만 개에서 지난해 10억 205만 개로 65.3% 늘었다. 한국콜마 역시 같은 기간 3억 7,302만 개에서 6억 3,247만 개로 69.6% 증가했다.
이같은 생산 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연구개발(R&D) 역량이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매출의 5% 안팎을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화장품 ODM 사업은 고객사가 원하는 제형과 기능을 구현해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코스맥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본사·해외법인 합산)는 8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합산액 581억 원보다 40.6% 늘었고, 한국콜마는 8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7억 원보다 13.4% 증가했다.
"국경 따위는 쉽게 넘는다"
인디 브랜드가 이끄는 K뷰티 2차 붐업
K뷰티의 성장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K뷰티 2차 붐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신흥군은 인디 브랜드가 중심이다.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 시장까지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해당 브랜드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하나'로 브랜드를 키운다는 것이다. 특정 제품을 히트시키는 방식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조선미녀의 '선크림', 바이오던스의 '마스크팩', 누니 '립오일'처럼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바로 연상되는 대표 상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마케팅도 SNS 중심으로 변화됐다. 기존 대기업처럼 면세점, 백화점 중심으로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제품을 확산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소비자의 리뷰와 바이럴 콘텐츠가 곧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에서 먼저 인지도를 확보한 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스킨1004, 믹순, 조선미녀 등 인디 브랜드들은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웃돌 정도로 글로벌 시장 비중이 높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지기도 한다. 믹순, 스킨1004, 조선미녀, 아누아, 라운드랩 등은 SNS와 아마존·틱톡숍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먼저 소비자를 확보한 뒤 국내로 역진입한 케이스다.
빠른 제품 출시도 강점이다. 브랜드가 자체 공장을 갖기보다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ODM 업체의 R&D와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덕분에 브랜드는 제품 기획·브랜딩·마케팅에 집중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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