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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유전 ‘웨이브 정읍’ 공장 내부 |
폐의류 재생 뛰어든 석유화학·에너지 기업
텍스타일리 스케일업, 도시유전 시험 단계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패션업계의 지속 가능 해법이 의외의 영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폐의류 재생 사업을 위해 에너지·석유화학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폐의류는 패션 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가장 큰 이유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9,20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재활용률은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의류로 다시 사용되는 비율은 1%에도 못 미친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발생하는 폐의류는 1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1인당 배출량은 EU나 일본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에 일부 패션 기업들은 헌 옷이나 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의류, 에코백, 소품 등을 제작하는 업사이클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매년 쏟아지는 재고와 폐기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업사이클링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패션 산업의 숙제를 최근 에너지·석유화학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텍스타일리(대표 공동환)와 도시유전(대표 정영훈)이 꼽힌다.
김승우 텍스타일리 COO는 “폐의류는 면과 폴리에스터가 혼방된 소재, 염료와 가공제, 부자재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있는 고난도 혼합 폐기물로, 패션 산업 내에서는 소각이나 매립 외에 뚜렷한 해법이 없다”라며 “이러한 복합성을 다룰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에너지·석유화학 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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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타일리 EPR 리포트 표지 |
텍스타일리는 투자사 출신의 공동환 대표와 김승우 COO, 롯데케미칼 상무이사, SK지오센트릭 부사장 등으로 활동해 온 박상현 CTO를 비롯해 유기나노공학과 박사, 신소재공학과 박사 등이 모여 지난해 설립한 회사로, 폐의류 재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혼방 섬유’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 경쟁력은 기존의 화학적 분해 방식인 해중합 기술과 차별되는 고분자 표적 추출 기술이다. 이 기술은 혼방 섬유에서 폴리에스터 고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하지 않고 용매를 통해 그대로 분리·추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실험실 단계의 기술 검증을 완료하고, 인천 파일럿 공장에서 상업화를 위한 스케일업 단계를 진행 중이다. 단기적으로 시제품(PET 칩) 생산과 의류 샘플 제작을 앞두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5만 톤 규모의 공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도시유전은 폐플라스틱, 폐비닐을 연소하지 않고 300℃ 미만 저온에서 촉매 분해해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Naphtha, 납사) 수준의 고품질 재생 원료로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원천기술 ‘R.G.O(비연소 저온분해 유화기술)’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정읍에 연간 6,500t의 폐플라스틱·폐비닐 처리, 최대 4,550t(약 540만 리터)의 플라스틱 재생 원료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수거해 재생 원료유를 뽑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폐의류를 분해하는 기술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험 단계에 들어갔고, 이르면 2년 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효성티앤씨(대표 김치형)는 최근 폐의류를 재활용해 섬유를 생산하는 ‘T2T(Textile to Textile)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T2T는 버려진 의류를 재활용해 폴리에스터 섬유 전 단계 원료인 PET 칩을 만들고, 이를 다시 섬유로 가공하는 섬유 순환 재생 시스템이다. 캐나다 T2T PET 칩 전문기업 루프 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와 협력해 작년 4분기부터 구미공장에서 ‘리젠 T2T’ 섬유를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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